옆집에 사는 앨리스

“슬픔이 달콤하게 느껴질 때를 조심해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문틈, 책갈피, 술병, 입술, 시험지 같은 것들을 파고들며 어쩌면 우린 세상의 틈만 노리며 살아가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옆집에 사는 앨리스>는 시와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기지촌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평택 출신 작가 박후기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2006년 이미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집을 통해 기지촌 풍경을 잔잔하게 드러내 주목받은 바 있는 저자는 이번엔 소설을 통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기지촌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옆집에 사는 앨리스>의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열아홉 살 청춘들이다. 70년대와 크게 다를 바 없던 80년대 초, 미군기지 훈련장이 있는 숲속의 집을 배경으로 십 대들의 사랑과 절망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고도 가슴 저리게 펼쳐진다.

알게 모르게 기지촌에 운명의 끈이 연결돼 있는 부모들. 부모로부터 가난과 함께 비극적 현실을 물려받았지만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애쓰는 성장기 주인공들의 안간힘이 귀에 익은 음악을 배경으로 ‘시처럼 음악처럼’ 소설을 이끌고 간다.

<스토리 라인>

성규는 군사반란 세력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 예편당해 숲속 미군 훈련장 옆에 거처를 마련한 아버지와 그 충격으로 몸져누운 엄마, 미군을 상대로 클럽에서 일을 하는 누나를 둔 숲의 실재적 지배자다. 한때 앨리스라고 불리던 은미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클럽에서 일을 하는 성규의 여자 친구이다. 숲속 성규의 방에서 이들과 함께 방황하며 고단한 성장기를 지나고 있는 경호와 구희의 꿈은 뮤지션과 시인이다.

숲속의 성규 방에서 음악과 문학에 취해 지내던 이들에게 비극이 찾아든다. 은미와 성규가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어느 새벽, 성규는 집 근처 숲에서 누나를 폭행한 클럽 마담의 아들을 죽이고 공범인 미군에게도 중상을 입힌다. 성규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성규 누나는 자책감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

한편, 경호는 학교를 자퇴하고 아산만 관광 클럽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나가고 구희는 울랄라 선생과의 만남을 통해 뱀이 탈피를 하듯 소년에서 어른으로 변해간다.

클럽에서 만난 미군을 따라 한국을 떠났던 은미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기지촌으로 되돌아오고, 길에서 우연히 경호를 만나게 된다. 은미가 남몰래 성규 면회를 다녀간 날, 은미의 불행과 누나의 죽음이 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던 성규는 자해를 해 깊은 상처를 입는다.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교도소로 돌아가던 성규는 활주로 경계 철조망을 들이받고 길옆 논바닥에 뒤집힌 앰뷸런스에서 도망쳐 탈주범 신세가 된다.

숲속의 방으로 돌아온 성규는 자기를 위해 아버지가 남겨 놓은 누나의 유골 한 줌을 끌어안고 슬픔에 젖는다. 이어 안채로 건너가 엄마 곁에서 숨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게 된다. 살아남을 이유를 상실한 성규는 낫을 들고 집 앞의 미군 훈련장 경비 초소에 올라가 경비원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성규는 일부러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도록 경비 초소 유리창을 깨버린다. 그런 성규의 머리를 미군부대 저격수가 겨누고 있다. 노래를 부르며 경비원의 목을 내리칠 기세로 낫을 들어 올리는 성규, 동시에 숲을 가르는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옆집에 사는 앨리스>는 70~80년대 국내에 널리 알려진 영국 록그룹 스모키(Smokie)의 노래 ‘Living Next Door to Alice’에서 제목을 빌려 왔다. 역시 기지촌 이야기가 주된 소재로 쓰인, 2006년 출간된 박후기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에 같은 제목의 시가 실려 있기도 하다.

작가는 기지촌 밖에서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아닌, 기지촌 안에서 살아가는 성장기 아이들의 정서를 음악을 매개 삼아 전달하고 있다. 작품을 읽다 보면, 팝송과 가요를 들으며 메마른 감성의 목을 축이던 80년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주로 70~80년대에 유행했던 팝송과 가요를 작품에 활용하며 소설의 배경이 되는 80년대 기지촌 정서를 환기시키고 있다.

비틀스 – Because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 Since The Last Goodbye

스모키 – Living Next Door to Alice

딥 퍼플 – Highway Star

이글스 – Desparado

이엘오 – Midnight Blue

로이 부캐넌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이글스 – Lyin’ Eyes

게리 무어 – Parisienne Walkways

블루 드래곤 – 내 단 하나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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